* 김두식 교수가 한기연의 책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한성수 옮김)
영향을 받아 사회적으로 훌륭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소개합니다.
"세상 사람들이여, '사탄의 시스템'을 두려워하라!"
기사입력 2010-07-30 김두식 교수가 2010년 들어서 두 권의 책을 연달아 펴냈다. 지난 1월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홍성사 펴냄)를 낸데 이어서, 최근에는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불편해도 괜찮아>(창비 펴냄)를 내놨다. 법학 교수가 뜬금없이 '교회'와 '인권'을 얘기한 까닭은 무엇일까? '예수의 길'이야말로 '소수자의 길'
[인터뷰] <불편해도 괜찮아> 펴낸 김두식 교수
프레시안 : 그런데 정작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은 '김두식은 살면서 한 번도 차별에 따른 아픔을 겪은 적이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을 할 듯하다. 타인의 고통을 직시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김두식 :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돌이켜보면, 아주 보수적인 주류 교회를 다니던 중학교 때부터 '나는 보통 사람과 다르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소수자로 자리매김했었다. 한국의 기독교인이 자신을 쉽게 주류 사회와 동일시해서 이런 문제를 못 느낄 뿐이지 사실 기독교인은 정말로 이상한 사람들이다.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둥, 하느님이 나한테 말했다는 둥…. 이런 얘기들은 얼마나 비정상적인가. 시쳇말로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중학교 때부터 '미친 사람의 정체성이 나한테 있다', '나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정상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면서 성장했다.
이렇게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되면서 좀 더 근원적인 의문도 들었다. 교회는 그 태동부터 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 그런데 오늘날 미국과 교회 사이에는 아무런 충돌이 없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제국이 좋아져서일까, 교회가 타락해서일까? 폭력으로 유지되는 제국의 속성이 바뀌었을 리는 없다. 교회가 타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던 초기 교회의 모습을 회복한다면, 기독교인이 그 때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언제든지 기독교인은 박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지하로 쫓겨 박해를 받는 기독교인의 모습, 그것이야말로 나의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이다. 당연히 이런 모습은 소수자일 수밖에 없고.
한편, 이런 생각을 얘기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 짐작하다시피, 주류 교회 안에서 내 목소리는 소수이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이단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얘기니까.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한 얘기도 내가 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불편해도 괜찮아>에 실린 동성애에 대한 얘기가 그렇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런 얘기가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속한 교회 공동체에서는 아주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얘기다. "김두식 저 사람, 이상한 얘기를 계속하더니, 결국에는 저렇게 (동성애를 놓고) 이상한 발언까지 하는구나!" 이런 식으로. 이처럼 나에게는 기독교인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비주류, 소수자로서의 정체성 같은 게 있었다.
프레시안 :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었나?
김두식 : 딱 집어서 말하진 못하겠고 성장할 때 많이 얻어맞고 자란 것? 이것이 소수자 경험의 출발점이 된 듯하다.
나는 좋은 부모, 좋은 집안에서 자랐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집안과 다른 폭력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가슴을 졸이면서 살아왔다.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 목격한 폭력이 나한테는 큰 상처였다. 심지어 검사 재직 때도 종로 거리에서 전경이 시위 진압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머니의 신분증을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되뇄다. '나는 검사지, 괜찮아, 괜찮아.'
다른 하나는 내 처를 통한 경험이다. 내 처는 특수 교육을 전공한 대학 교수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를 처음 만났을 때는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이 사람과 만나서 살면서 차별의 아픔을 겪는 사람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늘 장애 아동과 함께 지내고, 장애 아동의 부모와 이야기하고, 그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고통이 전달되어서 몸이 아프고.
사실 이런 얘기를 아무리 해봐야 진짜 고통을 받는 사람의 그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뿐이지, 거기에 근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몸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또 그것에 싸우는 사람과 단지 간접적으로 그런 고통에 공감하는 것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런 나의 한계는 분명하다.
프레시안 :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계속 강조했다. 기독교든 불교든 종교를 갖는 것이 차별에 대한 예민한 인식과 같은 인권 감수성에 도움이 될까?
김두식 : 어려운 질문이다. 기독교만 놓고 말하면, 어떤 기독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자기를 주류와 동일시하고 다른 사람을 억압하고 핍박하는 데 전혀 불편해하지 않는 기독교, 이런 기독교는 인권 감수성을 깨우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양심에 다른 병역 거부를 앞장서서 탄압하는 한국의 주류 교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대표적인 예다.
반대로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는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약자에 편에 섰다.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고자 계속해서 덫을 놓는 이들에게, 예수는 그들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런 예수를 만나면 인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린다. 한국에서도 이런 기독교인이 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우리 곁의 '사탄의 시스템'을 직시하라!
프레시안 : 좀 고답적인 문제제기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은 빈부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사실 가난은 차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차별을 받으니까 가난하고, 가난하니까 더 차별을 받고….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 많은 이들이 놓여 있다.
김두식 : 맞다. 아주 중요한 문제다. 여기서 다시 나의 한계를 언급해야겠다. 나는 아주 부자였던 적은 없지만, 단 한 번도 배고파 본 적이 없다. 선생 집에서 태어나서, 지금도 나는 물론이고 주변도 다 선생이다. 아내도 선생, 형도 선생, 누나도 선생, 자형도 선생…. 그런 면에서 가난의 문제는 중산층 지식인인 내 경험의 한계를 넘어선다.
내 책은 앞으로도 그런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계속 그런 비판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다만 사소한 변명을 하자면, 이 책 자체가 애초 기획될 때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법이 규정하는 차별 금지 항목 중에서 주제를 정해야 했다. <빌리 엘리어트>(스티븐 달드리 감독, 2000년) 같은 영화를 통해서 노동 3권 정도를 언급한 정도가 내가 노력해본 부분이다.
프레시안 : 빈부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논쟁적인 언급도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왜 철도 노동자가 교수보다 임금을 더 받는 게 문제인가', 이런 문제게기는 도발적이다.
김두식 : 나는 국립대학교 교수를 하면서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나보다 50배, 100배나 많은 월급을 받는다. 내 능력이 아무리 부족한다 한들 그 사람보다 50분의 1, 100분의 1도 안 될까. 이렇게 아래가 아니라 위를 바라보면 불평등한 구조의 문제가 훨씬 더 눈에 들어온다.
같은 맥락에서 육체로 일하는 사람보다 정신노동자가 돈을 더 받아야 하는 사회통념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철도공사 직원이 자신보다 몇 천만 원을 받는 데 분노하는 교수들이 왜 자신보다 100배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분노하지 않는가? 진짜 분노해야 할 것은 바로 불평등한 구조 아닌가?
우리 딸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데, 가끔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귀신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자라다보면 누구나 그런 두려움이 생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네가 기도하는데 귀신이 갑자기 들어올 일은 없다. 지금 귀신, 사탄이 주로 하는 역할이 있다면, 특정한 개인의 마음속에 들어가고 말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은 계속 고통을 받으며 죽어나가는데 누구도 그것을 멈출 수 없는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안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만드는 게 바로 사탄이 하는 일이다.
우리가 정작 무서워해야 할 것은 공포영화 속의 괴물이나 귀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학살의 손발로 만드는 진짜 괴물 바로 '사탄의 시스템'이다."
신학자 월터 윙크가 <사탄의 체제와 예수의 비폭력>(한성수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펴냄)에서 한 말을 내가 딸에게 풀어서 해준 말이다. 사탄의 시스템? 한국의 교육 체제가 사탄의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다. 그것이 가동되는 중에 사람들이 수없이 죽어나가는데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 없으니까.
또 다른 예는 비정규직 시스템이다. 1998년 노동법 개정으로 이상한 미국식 시스템이 들어왔는데,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데도, 아무도 그것을 바꾸려고 엄두도 내지 못하지 않나. 바로 그런 것이 윙크가 얘기한 '사탄의 시스템'이고, 지금 우리가 가장 무서워해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런 사탄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길은 없을까?
김두식 :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윙크는 이런 사탄의 시스템과 싸우는 첫 번째 단계를 그것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사탄의 시스템이야!" 이렇게 명명하는 것. 거기서 출발해야 한다.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고, 또 그게 내 역할이다.
[전문]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00730124454&Section=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