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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굶어가며 무엇을 말하는가 / 이슬아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5230300045 -
성소수자 활동가 미류 님의 단식 중단 선언
46일 전입니다. 평등의 밥상을 다 차려놓았으니 국회의원들은 숟가락만 들고 오시라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밥 먹는 일은 누구도 미룰 수 없는 것처럼, 차별금지법 제정도 미뤄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차별은 우리에게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일하면서 배우면서 버스를 타면서 집을 구하면서 크고 작은 차별에 직면해야 하는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은 ‘나 차별당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국회는 그조차 틀어막고 있습니다.
‘나중에’의 망령은 이 봄에도 질기게 버텼습니다.
교회가 반대한다고요? 개신교 신자들 중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조사 결과를 국회는 무시합니다. 목사들이 반대해서요? 목사의 뜻을 따르는 것이 정치입니까?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요? 대통령 득표율보다 높은, 70%의 시민이 제정하라는데 부족하다면 만장일치라도 이뤄야 한다는 겁니까? 어떤 사안이든 서로 다른 의견이 펼쳐지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의견들을 두루 수렴하면서 공론장을 만들고 더 나은 합의를 이뤄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조차 거부하는 국민의힘은 여당의 자격이 없습니다. 헌법상 평등권 실현을 위한 기본법이자 국제인권기구가 십수년 동안 권고한 법의 논의조차 거부하는 것은 인권을 부정하는 본색을 보여줄 뿐입니다. 대통령이 ‘자유’를 부르짖으면 뭐합니까. 인권을 모르는 자유는 권력의 자유일 뿐입니다.
시민들이 이토록 간절히 요구하는데 법안 심사를 시작조차 못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민주세력을 자처하기를 그만두십시오. 평등은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이자 사회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시민으로 대접받기 위한 출발선입니다. 시민들이 청원을 하니 겨우 발의를 하고, 도보행진을 하니 겨우 토론을 하더니, 단식투쟁을 하니 겨우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행동하기 위한 계획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핑계 대는 것은 기만일 뿐임을 시민들은 모르지 않습니다.
내일이면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됩니다. 지방선거는 여느 선거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어떤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거대양당은 지방선거에서 지방을 지우고 대선놀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무투표 당선자가 500명이 넘고 풀뿌리 공약은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시민을 위한 미래는 말하지 않고 서로 상대를 저지하는 것만 목표로 삼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절박한 변화는 담합한 듯 외면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으로 시작한 이 봄 우리가 목도한 것은 이 땅 정치의 참담한 실패입니다. 그것은 단지 차별금지법을 못 만드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불평등과 부정의로부터 변화시킬 능력이 지금의 정치에 없다는 뜻입니다. 저는 더 이상 국회 앞에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국회가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찾아올 정치가 부재함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분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국회 앞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싸웠습니다. 평등의 밥상은 나날이 풍성해졌습니다. 누구도 혼자 남겨두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서로를 단단하게 연결했습니다. 이제 사위워가는 몸을 걱정해주신는 분들게 더 이상 지켜보고 함께 해달라고 요청드릴 수가 없습니다. 국회는 미안해할 줄도 모르는데 미안할 이유가 없는 시민 분들에게 그 인사를 받을 염치가 제게는 없습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 아픔 없이 응시하기 어려운 이 시간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단식투쟁은 중단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싸움은 중단되지 않습니다. 차별에 맞서는 것은 자신의 존엄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멈출 수 없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은 법 제정을 넘어 평등으로 우리 사회와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싸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봄, 시민들이 곡진하게 내어준 기회를 놓친 거대양당은 그 심판의 결과가 어떨지 곧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곧 다시 만나 새로운 싸움을 이어가게 될 겁니다. 평등의 봄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위헌적인 입법부작위, 중단해야 / 박경신
세계 주요 56개국 중에서 차별금지법이 없는 나라는 7개국 뿐이며 한국, 중국, 일본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5230300135